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NVIDIA가 시가총액 5조달러를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는 오히려 "현재 주가가 회사의 지배적 위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쟁 심화와 AI 투자 피로감 속에서도 엔비디아의 실적 성장세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지나치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I 대장주 피로감"...실적 폭발에도 주가는 정체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목), 엔비디아가 이미 AI 반도체 시장의 유일한 승자가 아니라는 점이 투자심리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Intel, Advanced Micro Devices, Arm Holdings 등 경쟁사들이 AI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도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이 생겼다"는 사실과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약화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21일 발표한 실적에서 월가 예상치를 또 다시 상회했다.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이는 14개 분기 연속 매출 및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 초과 기록이다.

앤비디아
(앤비디아 로고. 자료화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오히려 1% 이상 하락했다.

UBS의 팀 아르쿠리(Tim Arcuri)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 분위기를 "현저한 무관심(marked apathy)"이라고 표현했다.

AI 투자 확산...자금은 '2차 수혜주'로 이동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은 엔비디아보다 AI 생태계 주변 기업들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조 무어(Joe Moore)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2차·3차 AI 수혜주(secondary and tertiary AI beneficiaries)"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200% 이상 급등했고, 메모리 반도체 업체 Micron Technology 역시 150% 넘게 상승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는 실적 성장세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월가는 오히려 이 점이 "매력적인 진입 기회"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정도 성장 기업은 없다"...매출 증가율 압도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7월 종료 예정) 매출 가이던스로 910억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분기 매출 500억달러 이상 기업들의 평균 연간 성장률은 약 14% 수준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이미 초대형 기업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GPU 수요 역시 예상보다 훨씬 오래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CPU 경쟁 본격화...엔비디아도 정면 대응

AI 컴퓨팅 시장이 점차 GPU 중심 구조에서 CPU·메모리·네트워크 등으로 확장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 역시 자체 CPU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CPU 사업 매출이 약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텔 전체 데이터센터 사업 예상 매출(220억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핵심 연산 구조상 GPU가 당분간 가장 중요한 연산 장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스페이스X·오픈AI IPO도 결국 엔비디아 수혜?

AI 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는 SpaceX와 향후 상장이 예상되는 OpenAI 역시 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 매출 확대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스페이스X는 최근 기업공개(IPO) 서류에서 자사의 x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가 엔비디아의 최신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xAI는 최근 Anthropic와 계약을 체결해 향후 3년 동안 월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xAI 관련 설비투자(capex)에만 124억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실제 우주사업 투자 규모의 3배에 달한다.

WSJ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AI 기업들에 관심을 빼앗기고 있지만, 결국 그 자금 대부분은 다시 엔비디아 GPU 구매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