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케빈 워시(Kevin Warsh)를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임명했지만, 정작 금융시장에서는 "다음 연준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워시 의장은 22일 백악관에서 공식 취임 선서를 했다. 연준 의장이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한 것은 1987년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이후 처음이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연준의장 백악관 선서식에서 귀속말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길 원하지만 위대함(greatness)을 멈추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한 경제 성장과 낮은 금리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워시 의장이 취임한 시점의 경제 환경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방향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란 전쟁·AI 붐 겹치며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최근 미국 경제는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AI 투자 붐이 동시에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장기 국채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급속히 약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지 한 달 만에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시작됐고, 이후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긴장이 이어지면서 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여기에 AI 산업 확장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막대한 투자와 수요 확대를 유발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채권시장은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점 낮게 보고 있다.

백악관 "일시적 충격"... 시장은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공급 충격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공급 충격보다 더 일시적인 것은 없다"며 "한두 차례 높은 물가 지표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빈 해셋(Kevin Hassett)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케빈 워시 체제에서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오히려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의식하며 국채를 매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장기 국채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반의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처럼 물가가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통화완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이 단순 동결이 아니라 실제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SMBC 아메리카스의 조지프 라보르냐(Joseph Lavorgn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 영향으로 연준이 약 1%포인트 정도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수도 있다"며 "신뢰할 만한 누구도 지금 금리 인하를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임명했지만 독립성 유지할 수 있나"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워시는 그동안 "금리 결정은 경제 데이터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인하에 대한 사전 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워시의 금리 결정에 대해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에서도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됐다고 BNP파리바(BNP Paribas)는 분석했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변수에 대한 경계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전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만약 워시 역시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일 경우 결국 비슷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이 보는 핵심은 '연준 신뢰'

현재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도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국채 매도세는 단순한 단기 물가 우려를 넘어 재정적자 확대, AI 붐에 따른 구조적 성장률 상승, 장기 고금리 체제 전환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만약 워시 체제의 연준이 물가 대응에 소극적으로 보일 경우, 시장 불안이 더 커지면서 장기금리가 추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