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및 핵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중동 긴장 완화 기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대표단에게 협상을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합의가 체결되고 검증되며 서명될 때까지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이란에 대해 신속한 핵 양보를 압박하며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해왔던 기존 기조와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미국과 이란이 원칙적 합의(framework agreement)에 근접했다"고 설명한 직후 나왔다. 해당 초안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완전히 재개방하는 대신 미국이 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핵심 쟁점인 이란 핵프로그램 처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고농축 및 저농축 우라늄을 모두 폐기하는 원칙에는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폐기 시점과 방식은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란 측은 미국이 요구하는 20년간의 우라늄 농축 중단 대신 더 짧은 기간의 제한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농축도 20% 이상 우라늄은 역내 감독 아래 이란 내부에서 희석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가 협상의 최대 난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 국영 성향 타스님(Tasnim) 통신은 테헤란이 협상 초기 단계에서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중재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약 1천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해외 동결 자산 일부 해제와 석유 수출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자산 해제 약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과 미국 내 강경파 진영에서는 이번 협상이 오히려 이란의 전략적 입지만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Ted Cruz) 상원의원 등 공화당 강경파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만을 조건으로 한 합의는 이란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역시 "이란은 미국 조건을 받아들이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 간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보내각 회의를 소집해 이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이스라엘 정부는 향후 핵 협상 단계의 구체적 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초기 합의가 레바논 내 헤즈볼라(Hezbollah) 대응에도 제약을 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걸프 산유국들은 전면전 확산과 에너지 시설 공격 위험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 타협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합의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지렛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H.A. Hellyer) 연구원은 "이란은 전쟁 이후 이전보다 더 큰 협상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이제 명백한 지정학적 협상 카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