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가격 급등해도 매물 감소...저리 기존 대출 포기 안 해"
"미국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대출자에 유리한 시스템" 지적도
미국에서 주택 가격은 지난 3년 동안 거의 40% 상승했다. 그런데도 시장에 나은 주택을 찾기란 더 어려워져 같은 기간에 매물은 거의 20% 감소했다.
이제 금리는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지만, 가격 하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구매력을 약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정상적인 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 다수에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주택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금리 인상은 물론 일정 부분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부터도 보호받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 배경에는 미국만의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특징인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자리하고 있다고19일(일) 보도했다.
미국의 '기이한'(weird) 모기지 문제로 인해 주택 소유자가 오래된 기존 대출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게 주택 시장을 망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서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는 대공황 시기 시작돼 아주 오랫동안 너무 흔해서 이것이 얼마나 이상한지는 잊기 십상이다.
오늘날, 미국 모기지의 거의 95%가 고정 이율이고, 그중 4분의 3 이상은 기간이 30년이다.
이율이 고정된 만큼 주택 소유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금리가 오르더라도 최대 30년 동안 월별 대출 상환액을 묶어둘 수 있다.
이 모기지 대부분은 별다른 불이익 없이 조기 상환이 가능해 대출자는 금리가 내려가면 간단히 재융자를 받을 수 있다. 대출자로서는 위험 없이 고정금리의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30년 모기지의 문제를 지적해온 하버드대 경제학자 존 Y. 캠벨은 NYT에 "이것은 일방적인 내기(bet)"라며 "물가가 급등하면 대출기관은 손해를 보고 대출자는 이익을 얻는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면 대출자는 단지 재융자를 받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NYT는 세계 다른 곳에서는 이런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단지 수년만 이율이 고정된다. 이는 고금리로 인한 고통이 신규 주택 구매자와 기존 소유주 사이에 더 균등하게 분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 독일 같은 곳에서는 고정금리 모기지가 일반적이지만, 대출자가 쉽게 재융자받을 수는 없다.
오직 미국만이 이처럼 극단적인 승자와 패자 시스템을 가져, 신규 구매자는 7.5% 이상의 대출 비용에 직면하는 반면 기존 모기지 보유자의 3분의 2 정도는 4% 미만을 적용받는다.
이럴 경우 40만 달러(5억2천만원)짜리 주택의 경우 월 할부금은 대체로 1천 달러(130만원) 차이가 난다.
결국 이런 제도는 기존 소유자가 시장에 주택을 내놓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덩달아 주택시장도 얼어붙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지난해 15% 이상 감소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러스크 부동산센터 소장인 리처드 K. 그린은 "어떻게 정의하든, 적당한 가격에 주택을 살 가능성(affordability)은 기본적으로 모기지 금리가 10%대였던 1980년대 이래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간의 연구를 보면 미국 모기지 시스템은 인종적,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했다고 NYT는 전했다.
부유한 대출자는 재정적으로 재융자를 할 가능성이 커 돈을 절약할 수 있지만,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계 대출자들은 재융자 가능성이 작아 동일한 이자율로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격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NYT는 일부에서 기간과 이율 등을 더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새로운 모기지를 제안하고 있지만 기존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변화에 거부할 것인 만큼 30년 고정금리 모기지가 곧 사라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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