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로 수요 감소, 높은 대출금리도 부담
미국의 업무용 빌딩 시장이 수요감소와 높은 대출금리로 올해 큰 타격을 받았다.
내년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화) 데이터 회사 코스타그룹 자료를 인용,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최근 13.6%로, 2019년 말의 9.4%에 비해 대폭 올랐다고 보도했다.
2024년 말에는 15.7%로 더 상승하고 2026년 말에는 17%를 넘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은 수요감소가 주원인이다.
사무실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는 감소했고, 여러 곳에 오피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공간 정책은 이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스쿱 테크놀러지스에 따르면 일주일 중 일부라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한 기업은 올해 4분기 62%였다. 1분기의 51%에서 크게 상승했다.
사무실 출근 비율도 정체되고 있다.
미국 주요 10개 도시에서 보안 카드 사용 현황을 추적하는 캐슬 시스템즈는 평균 사무실 출근율이 팬데믹 이전의 절반 정도라고 밝혔다.
휴대전화 데이터를 추적하는 플레이셔사는 출근율을 60%~65% 정도로 추정하면서,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플레이셔는 11월 보고서에서 오피스 시장이 "월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거의 그대로"라고 밝혔다.
건물주들은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에도 시달린다.
금리가 아주 낮을 때 돈을 빌린 임대인은 높은 공실로 임대료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 금리가 높은 대출로 갈아타야 하는 실정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지만 임대인들의 재정적 압박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버코어 ISI의 스티브 사카와 애널리스트는 "요즘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금리가 3%~4% 정도일 텐데 지금 이런 저금리로 다시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요즘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이보다 두배 정도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에 암울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 출근을 독려하기 위해 좋은 입지에 잘 꾸며놓은 고가 오피스 수요는 여전히 많다.
개발업체들이 새 업무용 빌딩 짓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신축 오피스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올해 업무용 빌딩 건설 착공 면적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에서는 오래된 사무용 건물을 적은 비용으로 아파트로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담보대출 연체는 크게 높아졌다. 데이터 회사 트렙에 따르면 현재 은행 대출과 부동산담보증권으로 전환된 대출의 연체율은 6%로, 팬데믹 이전의 1% 미만에 비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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