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서 특정인 배제 요구..."M&A 자체를 막은 것은 아냐" 긍정 평가도

미국 반독점 당국이 거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승인에 앞서 특정인의 이사회 배제를 요구하면서 유사한 M&A를 앞둔 미 원유업계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엑손모빌이 600억 달러(약 82조8천억원)에 셰일오일 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이하 파이어니어)를 인수하는 계약과 관련,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파이어니어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콧 셰필드를 엑손모빌 이사회에서 배제하도록 한 데 대해 2일(목) 이같이 보도했다.

엑손모빌 셰일업체 600억달러에 인수

(엑손모빌, 셰일 업체 600억달러에 인수)

반독점 여부를 조사해온 FTC는 셰필드 전 CEO가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공모하려 했다고 보고 있으며, 양측이 그를 이사회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하면 수일 내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셰브론·옥시덴털퍼트롤리엄·다이아몬드백에너지·체서피크에너지 등 다수 석유기업이 M&A 추진 과정에서 FTC의 검토 대상에 올라가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은 엑손모빌의 전례를 주시하고 있다.

FTC가 과거에는 M&A 승인에 앞서 일반적으로 자산 매각 등의 방식을 추구했던 만큼 이번 조치는 큰 변화라는 미 법조계 평가가 나온다.

FTC 근무 경력이 있는 로펌 변호사 제프리 올리버는 "확실히 아방가르드(전위)적인 반독점 조치"라면서 M&A를 막을 근거를 찾지 못한 거래에 대한 강경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피털알파파트너스의 짐 루시어는 "FTC가 원유업계 M&A에 적대적이지 않은 입장이었는데 이제 다르다"고 보기도 했다.

이번 주 미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원유업체 임원들의 기만적 언행에 대해 적대감을 보인 가운데 FTC의 이번 결정이 나온 데 주목하는 견해도 있다.

미 대선을 앞둔 만큼 거대 석유업체들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FTC 조치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FTC가 M&A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며, 원유시장을 좁게 정의할 경우 경쟁법 관련 우려가 나올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의 댄 피커링은 "거래를 방해하거나 투자철회를 강제하지 않았다. 또 M&A 당사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도록 할만한 일도 하지 않았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면서 "당사자들이 계약 체결 시 생각했던 것과 매우 비슷하게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파이어니어는 FTC 측 입장을 반박하면서, 셰필드 전 CEO의 행위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증진하고 OPEC의 약탈적 관행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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