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도둑질에 대응할 것" 경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제재로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처음 사용했다.
이르면 연말부터는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수익금이 활용될 전망이지만 러시아는 이에 보복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28일 EU 홈페이지에 따르면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는 지난 23일 예치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에서 창출된 '특별 수익금' 15억 유로(약 2조3천억원)를 EU 집행위원회에 이관했다.
집행위는 이후 26일 이 돈의 90%를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용 EU 특별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에 투입했다.
기금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EU 회원국들의 무기 대금 일부를 보전해주는 데 활용된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자금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무기를 지원하는 EU 회원국은 그만큼 부담을 덜게 됐다. 나머지 10%는 우크라이나 재건기금에 배정됐다.
이번에 집행된 15억 유로는 유로클리어가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추가 수익이다.
러시아 자산 원금은 건드리지 않되 유로클리어의 투자 운용 과정에서 창출된 수익이어서 EU는 이를 자체 활용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석한다.
그런데도 사안의 민감성 탓에 올 초 처음 아이디어가 나온 이후에도 수개월간 논의가 계속됐다. 특히 친러시아 성향 헝가리의 거부권을 사실상 우회한 뒤에야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 사용이 현실화하면서 G7 차원의 대출 방식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G7과 EU는 러시아의 동결자산 이자 수익금을 담보로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약 68조5천억원)를 제공하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현재 세부 방식을 논의 중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25∼26일)에 참석해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오는 10월까지 세부 요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안정적 대출 실행과 이자 상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이 '장기간' 보장돼야 한다고 EU에 요구하고 있다.
서방이 제재로 동결한 전체 러시아 해외 자산 가운데 가장 많은 3분의 2가 EU에 묶여 있는 탓이다.
EU 제재 연장을 위해선 일반적으로 6개월마다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 등 일각에서는 자칫 EU 내부 의사결정 지연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런 움직임에 보복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 EU 결정과 관련 다음 단계를 위한 대응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자산으로 얻은 이익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도둑질'이라고 비판하면서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23일에도 이같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을 '도둑질'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의사 결정과 이행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기소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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