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지불해야 할 새로운 관세가 발표됐다. 그리고 그 대가는 매우 높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스터 보드를 들고 발표한 관세 정책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뉴욕 증시는 급락했고, 미국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애플, 엔비디아, 나이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새로운 무역 장벽이 기업의 수익을 갉아먹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다.
WSJ에 따르면, 스텔란티스(Jeep 제조사)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안토니오 필로사 북미 담당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회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공장을 2주 동안 가동 중단하고, 멕시코 톨루카 공장은 4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관세 발표가 트위터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확산되면서, 기업 경영진들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와 똑같다"
"코로나19 당시 위기 관리와 똑같습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Husco의 최고경영자(CEO) 오스틴 라미레스는 이번 관세 조치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같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Wedbush Securities의 전무 이사 댄 아이브스는 관세 발표 직후 "마치 2020년 3월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월가는 극심한 충격에 빠졌었다.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쁩니다. 역사상 최악의 패닉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브스는 트럼프의 발표 직후, 유럽·중동·아시아 투자자들의 전화를 밤새 받아야 했다. 그는 "이번이야말로 우리가 시장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월가의 은행가들과 기업 경영진들은 몇 주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려 했으나, 대부분은 트럼프가 협상 카드로 관세를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트럼프는 전면적인 10% 관세 부과를 선언했으며, 일본·유럽·한국·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더욱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은 50% 이상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시장 충격... 다우 1,100포인트 폭락
4월 5일부터 10% 관세가 적용되며, 4월 9일부터는 더 높은 관세가 시행될 예정이다.
관세 발표 직후, 전 세계 금융 시장은 요동쳤다.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00포인트 이상 급락
- 나스닥 지수는 4% 하락
- S&P 500 지수는 3% 하락
- 미국 달러화 가치는 유로·엔·스위스 프랑 대비 2% 하락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일방적 괴롭힘"이라 규정하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호주 총리 앤서니 알바니지는 "무역전쟁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고, 인도 정부도 즉각적인 보복 계획은 없다고 발표했다.
엇갈린 기업 반응
관세 발표 현장에는 다양한 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어린이 자전거 제조업체 **가디언 바이크(Guardian Bikes)**의 CEO 브라이언 라일리는 이번 관세 조치를 환영했다. 그는 이미 중국 생산을 줄이고, 미국 인디애나주 시모어로 생산을 이전한 상태다. 그는 "이제 미국 내 공급망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며, 트럼프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문구 및 기념품 제조업체 펄사 프로덕츠(Pulsar Products)**의 CEO 에릭 루트비히는 직원들과 함께 트럼프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발표를 지켜보며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원들 얼굴을 보니 다들 울렁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펄사는 중국 의존도를 80%에서 50%로 줄였지만, 이번 관세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루트비히는 "옷값부터 생필품까지 모든 것이 오를 것"이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켄터키주 **브로우 브라더스 증류소(Brough Brothers Distillery)**의 CEO 빅터 야브로도 긴장하고 있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보복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미 포기 상태?
일부 투자자들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Ritholtz Wealth Management)의 수석 시장 전략가 캘리 콕스는 "2월에 발표됐다가 연기된 멕시코·캐나다산 제품의 25% 관세 이후, 투자자들은 이미 트럼프의 급격한 정책 변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백악관: "패닉할 필요 없다"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슨트는 CNN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외국 공급업체에 관세 부담을 떠넘길 것이므로 소비자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복 조치가 나오면 무역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기업, 해외로 생산 이전 고려
Husco의 CEO 라미레스는 "만약 5% 관세였다면 감당할 수도 있었겠지만, 10%는 너무 크다"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도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필요한 인력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는 결국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기보다는 오히려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