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미국의 물가가 지난달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상승했지만, 다른 상품의 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완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수) 보도했다.
휘발유 가격 급등, 물가 상승 주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월 한 달 동안 전월 대비 0.4% 상승했으며, 연간 상승률은 2.9%를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0.3% 상승, 연간 2.9% 상승)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4.4% 상승하며, 2023년 8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와 시장 관계자들은 휘발유와 같은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품 가격 변동은 주로 제외하고 분석한다.
근원 물가지수 상승 완만
휘발유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12월 한 달간 0.2% 상승해 연간 3.2%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예상치(월간 0.3%, 연간 3.3%)를 밑돌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었다.
근원 물가 상승의 둔화는 비에너지·비식품 상품 가격의 완만한 상승(0.1%)에 기인했다. 반면 서비스 부문 가격은 0.3% 상승하며 비교적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주택 및 항공료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시장 반응: 채권시장 및 주식시장 호조
근원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자 채권시장이 반응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 4.787%에서 4.7%로 하락했다. S&P 500 선물은 개장 전 거래에서 1.5% 상승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동안 연준이 금리를 전혀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은 26%에서 18%로 줄어든 반면, 1회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35%에서 46%로 상승했다.
지난 1년간 물가 동향과 정책적 도전
미국의 CPI는 2022년 6월 9%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2023년 6월 3%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물가 하락 속도는 느려지고, 12월은 연속 세 번째 연간 상승을 기록했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을 2%로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CPI보다는 약간 낮은 다른 물가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고용시장 강세와 고용 증가로 인해 추가 금리 인하는 당분간 논의에서 배제된 상태다.
향후 물가 상승 위험
연준의 12월 정책 회의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및 이민 정책이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언급됐다. 연준은 2025년 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10% 전면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0.3~0.6%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산불이 자동차 가격 상승을 초래하며 근원 CPI를 0.04~0.09%포인트 높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휘발유 가격 급등과 같은 요인으로 상승했지만, 근원 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물가 안정과 고용시장 유지라는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과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