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에서 중복 가입한 환자, 보험사는 배로 지급받아

메디케이드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의 환자에 대한 보험료를 중복 지급하면서, 납세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목)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메디케이드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주 및 연방 정부로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보험료를 지급받는 민간 보험사들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최소 43억 달러(약 5조 7천억 원)**를 중복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들이 두 개의 주에서 동시에 메디케이드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환자들은 한 주에서 다른 주로 이주한 후에도 이전 주의 메디케이드 가입이 유지되었으며, 대부분은 새로운 주에서만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환자가 더 이상 거주하지 않는 이전 주에서도 보험료를 지급받았다.

메디케이드
(메디케이드. 건강보험)

메디케이드, 보험사에 매월 지급... 이동 중복 발생

미국에서 약 7,200의 저소득층 및 장애인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들 중 70% 이상은 민간 보험사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다.
보험사들은 환자 1인당 매월 보험료를 지급받으며, 환자가 다른 주로 이주하면 더 이상 보험료를 받을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WSJ 조사에 따르면, **미국 최대 메디케이드 보험사인 센틴(Centene)은 2019~2021년 동안 6억 2,000만 달러(약 8,200억 원)**를 중복 수령했다.
엘레반스 헬스(Elevance Health)는 3억 4,600만 달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은 2억 9,800만 달러를 중복 지급받았다.

환자가 이동해도 보험료 지급 유지

예를 들어, 한 환자가 1월부터 3월까지 플로리다에서 메디케이드에 가입해 있었다가 4월에 조지아로 이주해 조지아에서 새로운 메디케이드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환자는 조지아에서 모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플로리다는 기존 보험사에 보험료를 계속 지급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플로리다가 이전 보험사에 지급한 1,455달러는 납세자들에게 불필요한 지출로 남게 된다.

WSJ 분석 결과, 2019~2021년 동안 매년 약 66명의 환자가 이중 가입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총 43달러(약 5조 7천억 원)낭비되었다.

미국 내 270개 이상의 메디케이드 보험사가 중복 지급을 받았으며, 상위 5개 보험사가 전체 중복 지급액의 3분의 1차지했다.

중복 지급 방지 어려움... 정부의 느린 대응

각 주는 연방 지침을 따르면서도 독자적으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입 자격과 서비스 범위를 결정한다.
연방 정부는 메디케이드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지만, 정부가 가입자의 자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진다.

원칙적으로, 환자가 다른 주로 이주하면 기존 주에서 메디케이드를 해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해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중복 지급이 발생한다.

WSJ는 일부 환자가 5이상의 주에서 동시에 메디케이드에 가입된 사례도 발견했다.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의 대변인은 이에 대해
**"한 주에서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이 다른 주에서도 등록되어 있다면, 이는 납세자들의 돈이 잘못 관리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 자격을 확인하고 탈퇴를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중복 지급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중복 지급 급증

연방 정부의 코로나 팬데믹 비상 조치로 인해, 주 정부는 메디케이드 가입자들을 쉽게 탈퇴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2019년 8억 1,400달러였던 중복 지급액이 2021년에는 21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긴급 규정은 2023년에 해제되었다.

보험사들의 책임 회피... 반박하는 입장

보험사들은 WSJ 분석이 과장되었다고 반박했다.

  • **센틴(Centene)**은 WSJ 분석이 "재정적 영향을 과장했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이미 20달러(약 2조 6천억 원)정부에 환불했다"밝혔다.
  •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는 "중복 가입자의 대부분이 부모가 다른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라며, "우리의 표준 감사 절차에서 해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 **CVS 헬스(Aetna의 모회사)**는 "각 주의 메디케이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는 직원들에게 가입자를 유지하도록 독려한 정황이 드러났다.
WSJ가 입수한 센틴 내부 메시지에 따르면,
한 관리자(수퍼바이저)는 직원들에게 "가입자가 다른 주로 이사했더라도 메디케이드를 해지하지 말라"지시했다.

이에 대해 센틴 측은 **"최종 탈퇴 여부는 주 정부가 결정하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감사 보고서: 납세자들이 매년 10달러 낭비

미국 보건복지부(HHS) 감사국은 2019~2020년 동안 여러 주에서 메디케이드에 가입된 환자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매년 약 10달러(약 1조 3천억 원)납세자 돈이 낭비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메디케이드 감사 책임자인 존 해그(John Hagg)는 **"이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데이터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 정부, 이중 가입 문제 해결 난항

2022년, 연방 감사국은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중복 가입을 감지하라"권고했으나,
연방 정부는 기존 시스템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일부 주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시스템이 최신 정보 반영이 느리고, 누락된 데이터가 많아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WSJ 분석 결과, 조지아, 플로리다, 인디애나에서 중복 지급 비율이 특히 높았다.

  • 조지아: 전체 메디케이드 지급액 중 0.6%가 중복 지급(약 9,200만 달러)
  • 플로리다: 2억 1,800만 달러 중복 지급
  • 인디애나: 1억 600만 달러 중복 지급

조지아는 현재 중복 지급 및 부정 수급을 조사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했으며, 3,000이상의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

플로리다 메디케이드 관계자는 **"중복 가입이 확인되면 10일 내로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탈퇴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