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가 다시금 월가의 경고등을 켜고 있다. JP모건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을 비롯한 금융계 주요 인사들이 미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잇따라 우려를 표하며, "이번엔 진짜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 했다.
WSJ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최근 "국채 시장에 금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세계적 헤지펀드 매니저 레이 달리오, 전 백악관 예산국장 피터 오르자그 등도 그 우려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미국의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는 여러 차례 문제로 제기돼 왔지만, 실제로 시장이 크게 흔들린 적은 없었다. '미국이 곧 파산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금 투자 광고나 불분명한 금융상품의 마케팅 수단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연간 부채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는 국방예산은 물론 메디케이드, 장애보험,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많다. 여기에 최근 상원에 제출된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는 향후 10년간 기존 전망보다 부채를 3조 달러 이상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조항이 영구화될 경우 5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신간 How Countries Go Broke를 통해 미국 경제가 "심장마비와 같은 충격"을 겪기까지는 "3년, 많아야 4년이 남았다"고 진단했다. 세계 172번째 부자인 그는 단순한 책 홍보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에 대한 진지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오르자그 전 예산국장 역시 과거에는 적자에 대한 경고가 과장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늑대가 문 앞까지 와 있다"고 표현하며 우려를 표했다.
현재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4.4% 수준이다. 만약 이 수준이 향후 10년간 유지된다면, '책임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는 이자 비용만으로도 1.8조 달러가 추가로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금리가 급등할 경우, 이는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이미 다이먼은 이와 관련해 "그땐 국채 시장에 진짜 금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장이 겉으로 크게 요동치는 모습은 아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근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유명 투자자 폴 튜더 존스는 지금의 상황을 프로레슬링 용어인 '케이페이브(kayfabe)'로 비유했다. 실체를 알면서도 믿는 척하며 쇼를 계속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국은 절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네스 로고프는 "국가 부도는 단순한 숫자 계산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국가는 수치상 한계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디폴트하거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위기가 현실화되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금융계 유력 인사들이 이처럼 한목소리로 경고를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고(故) 허브 스타인 전 경제학자의 명언처럼, "지속될 수 없는 것은 결국 멈춘다." 지금이 그 '멈춤'의 전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