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만 명 정부 인력 급감, 셧다운 여파와 맞물려 고용 둔화 가속 우려

이번 주 미국 연방정부 인력 약 10만 명이 급격히 감축되면서 이미 약화된 미국 노동시장에 또 한 번의 타격이 가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이 같은 대규모 이탈은 현재 진행 중인 연방정부 셧다운과 맞물려 추가적인 인력 축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의회
(의회의 예산안 부결로 연방정부가 셧다운되었다. 자료화면)

WSJ에 따르면, 이번 인력 감축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도입한 '유예 사직 프로그램(Deferred-Resignation Plan)'의 결과다. 이 제도는 공무원이 즉시 사직하되 일정 기간 급여와 복리후생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으로, 인사관리처(OPM)에 따르면 약 15만4천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이 중 3분의 2는 회계연도 말인 9월 30일까지 급여를 지급받았다.

행정부는 올해 말까지 수십만 명의 연방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 채용 중단, 해고, 명예퇴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과 관련해 "비효율적인 공무원들을 영구적으로 감원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셧다운으로 인해 약 75만 명이 임시 무급휴직 상태에 놓일 것으로 추정된다.

■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 정책 '연방정부 슬림화'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대표적인 국정 과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를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조직"으로 규정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공무원들을 해고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명예퇴직, 조기은퇴 유도, 강제 해고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면서 전국 각지의 정부 기관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국민이 의존하는 공공서비스의 질도 저하되고 있다.

현재 연방정부 직원 수는 미국 전체 노동력의 소수에 불과하지만, 각 기관의 인력 손실이 누적되면서 전반적인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조업, 금융업 등 민간 부문에서도 감원이 이어지고 있어 고용 둔화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이언 스위트는 "최근 몇 달간 고용시장이 약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연방정부 인력 감축"이라고 분석했다.

■ "자발적 사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주 화요일(10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사직은 형식상 자발적이지만, 실제로는 '강요된 선택'이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1998년부터 농무부(USDA)에서 근무한 시니시아 이글레시아스 구벤은 외교관으로 전 세계를 돌며 근무하다 워싱턴 본부의 고위직에 올랐다. 그러나 새 행정부가 출범하자 자신이 참여하던 국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장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고 한다.

"매일 출근하는 것이 극도로 긴장됐어요."
그녀는 지난 4월 명예퇴직 제안이 나오자 바로 수락했다.

육군 항공사업본부에서 근무하던 릭 비버스(48세)도 지난 2월 제안을 받아들였다. 2년 넘게 근무했지만 최근 승진으로 인해 '수습직(probationary worker)' 신분이 되어 해고 우선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계속 버티는 게 의미 없다고 느꼈습니다. 정부 밖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아야 했죠."
비버스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거주하며 방위산업체로 이직을 준비했지만, 대형 업체 7곳과의 면접은 모두 불발됐다. 결국 중소 국방 계약업체와 접촉해 최근 새 일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 연방직 경쟁 심화...고용시장 냉각

구직 플랫폼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연방직 구직자들의 지원 건수는 41.2% 증가했다. 하지만 경력 코치 프랭크 그로스먼은 "많은 전직 공무원들이 아직 현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본격적인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셧다운 사태는 고용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스위트는 "무급휴직(furlough) 중인 공무원들이 공식 실업률 통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예 사직자들과 셧다운 관련 해고자가 겹치면 '끔찍한 고용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지니아대, 에모리대, 스탠퍼드대 공동 연구진의 분석(2010~2017년 인사기록 기준)에 따르면, 셧다운을 겪은 공무원은 이후 1년 내 자발적 퇴직할 확률이 31% 높았다.

연구를 공동 집필한 크리스토프 헐프퍼(버지니아대 다든경영대학원)는 "공무원들이 자신이 정치적 게임의 희생양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급여 중단으로 인한 불안정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 사직자들, '생계 대책' 찾아 나서

농무부 출신 구벤은 퇴직 후 다른 연방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커리어 코칭 회사를 창업했다. 최근에는 공무원 고객들의 심리적 불안정 문제를 상담해달라는 지역 치료사들의 요청까지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라면서 셧다운으로 연금 지급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바텐더 교육을 받았고, 애완견 산책 대행 서비스 '로버(Rover)'에도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