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내년에도 지출 확대..."AI 거품" 우려도

실리콘밸리 4대 기업, 올해만 4,000억 달러 투자..."그래도 모자라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올해 인공지능(AI)에만 4,000억 달러(약 550조 원)를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입을 모아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메타(Meta)는 새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동시에 기존 서비스를 운영하느라 여전히 컴퓨팅 자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향후 2년 내 데이터센터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아마존(Amazon)은 가능한 한 빨리 추가 클라우드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에이미 후드는 "몇 분기째 컴퓨팅 파워가 부족합니다. 따라잡을 줄 알았는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이런 신호를 보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26년에도 투자 확대 예고...투자자 반응은 엇갈려

메타,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모두 지난 48시간 동안 투자자들에게 2026년 지출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목요일 기준 메타 주가는 11% 급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3% 하락했다. 반면 알파벳은 2.5% 상승, 아마존은 시간 외 거래에서 10% 이상 급등했다.

투자자들의 혼란은 결국 "이 막대한 투자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기업들과 AI 옹호자들은 이 투자가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AGI(범용인공지능)' 달성을 위한 필수적 단계라고 주장한다.

트루이스트 시큐리티즈의 수석 인터넷 애널리스트 유세프 스칼리는 "AGI를 먼저 달성한 기업은 누구보다도 압도적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투자는 옳은 전략이다. 더 큰 위험은 '투자 부족'"이라고 말했다.

"AI 거품인가?"...의문 제기하는 투자자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거대언어모델(LLM)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다고 해서 AGI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유료 이용자 수가 여전히 적고, 전 세계 노동자들이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적 발표 후 진행된 투자자 전화회의에서 분석가들은 "지금이 AI 버블(거품)인가?", "이 막대한 지출이 장기적으로 어떤 수익을 내고 있나?"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구글은 올해 자본지출을 850억 달러에서 910억~930억 달러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 CFO 아나트 애쉬케나지는 "AI 관련 매출이 이미 분기당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며 "장기 투자를 엄격한 평가 체계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AI 연구와 기존 사업을 동시에 감당할 만큼의 데이터센터 용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클라우드 부문 '애저(Azure)'가 "수익 압박의 대부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투자한 즉시 수익 발생"...메타는 불안한 침묵

아마존은 신규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구축할수록 즉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디 재시(Andy Jassy) CEO는 "지금처럼 수요가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용량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증설 속도만큼 바로 수익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아마존 로고. 자료화면)

반면 메타는 AI 모델 출시 시기나 투자 수익 시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내놓지 않아 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메타 주가는 7% 이상 추가 하락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금의 공격적 인프라 구축이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전략"이라며 "만약 과투자라면 일정 기간 속도를 늦추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메타의 광고 사업과 플랫폼은 '컴퓨팅 부족 상태(compute-starved)'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AI 연구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메타 투자, 올해보다 "눈에 띄게 더 커질 것"

메타의 자본지출은 지난해 대비 거의 두 배 늘어난 720억 달러에 달했으며, CFO 수전 리는 2026년에는 "눈에 띄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도 AI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총 투자 규모는 여전히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요약하자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감 속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AI 투자 열풍이 과열된 거품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