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초대형 자산세 도입을 둘러싸고 노동조합과 실리콘밸리 부호들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양측 모두 주민투표 상정을 위한 충분한 서명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 오는 11월 투표에서 중대한 선택이 이뤄질 전망이다.
1조 달러급 자산 겨냥...미국 최초 '순자산 과세' 실험
이번 '억만장자 세금 법안(2026 Billionaire Tax Act)'은 미국에서 전례 없는 방식이다.
연소득이나 실현된 자본이득이 아닌, 순자산 자체에 과세하는 구조로, 10억 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주민에게 5%의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세 대상에는 주식, 채권, 비상장 지분, 지식재산권, 예술품 등이 포함되며, 부동산은 기존 재산세와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제외된다. 납부는 일시불 또는 5년에 걸친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세수 대부분은 의료 프로그램, 특히 연방 지원 축소로 발생할 메디케이드 재정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155만 서명 확보 주장...6월 최종 상정 여부 결정
법안을 추진한 의료노조는 약 155만 명의 서명을 제출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주민투표 상정 기준인 87만5,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서명 검증을 거쳐 6월 25일까지 주민투표에 대한 최종 상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주민 투표 발의안이 확정되면,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총선에 주민 찬반 투표를 진행해 억만장자 과세 여부가 확정된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반격...맞불 법안 추진
이에 맞서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을 포함한 억만장자들은 두 개의 대응 법안을 추진 중이다.
첫 번째 법안은 금융자산·지식재산권 등 개인 자산에 대한 신규 과세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소급 과세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법안은 세금 감사 절차를 강화하고, 세수 사용 방식에 제한을 두어 사실상 억만장자 세금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법안 역시 각각 140만~150만 명의 서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vs 반대 동시에 통과 시"...더 많은 찬성표가 승자
캘리포니아 법 규정상 상충하는 주민발의안이 동시에 통과될 경우, 더 많은 '찬성표'를 얻은 안이 최종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번 투표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서로 다른 정책 간 '직접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최대 1,000억 달러 세수 기대 vs 부자 탈출 우려
세수 효과를 두고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지 측은 5년간 약 1,000억 달러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고액 자산가들의 이탈로 세수 감소가 뒤따를 수 있다고 반박한다.
비당파 기관 역시 단기적으로 수백억 달러 세수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간 수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움직이는 자산가들...세금 회피 '이주' 현실화 조짐
최근 일부 초고액 자산가들은 기업 이전이나 타주 부동산 매입 등으로 세금 회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해 Larry Page, Mark Zuckerberg 등 주요 IT 거물들도 이러한 흐름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캘리포니아는 거주지 이전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과세 회피가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유권자 여론 '찬성 우세'...그러나 정치권은 신중
여론조사에서는 억만장자 과세에 대한 지지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클리대 조사에서는 52%가 찬성, 33%가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다른 조사에서는 60% 이상이 고액 자산가에 대한 추가 과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투자 위축과 세수 기반 약화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최대 부자 집결지...결과 따라 전국 확산 가능성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약 255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투표 결과는 단순한 주 정책을 넘어, 미국 전역의 부유세 논쟁과 조세 정책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