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통과시키면서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공급망 정책이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과 패권 갈등 상황에서 반도체에 이어 미래 성장 산업인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7일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과 복지 지원 등 4300억 달러(약 558조원) 지출안과 법인세 인상 등 7400억 달러(약 961조원) 수입안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 확대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3690억 달러(약 479조원)를 투입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기존 감세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며, 자사주 매입시 1%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태양광 업체와 전기차 업체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지만, 법안을 세부적으로 보면 여러 제한 사항이 있다.
법안에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업계에 사실상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하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의 친환경 사업 지원방안으로, 미국산 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에 보조금을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 의회는 2024년부터 자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하고, 배터리를 생산한 비중이 40%이상 충족한 신형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7500달러를 지원(연방세 소득공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원자재 비중이 2024년부터 40% 이상, 매년 10% 상향 조정하여 2027년부터는 80% 이상인 배터리를 탑재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의 '우려 국가'에서 추출·제조·재활용된 광물이 들어간 배터리를 사용했다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을 포함한 중국산 소재·부품을 사용한 자동차 제조사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는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생산을 늘리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내수시장에서 중국산을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리튬·니켈 등 원자재 원광을 70% 이상 중국에서 제련하고 있어 대체 공급망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배터리 원재료 제련의 약 7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어서 단시간에 공급망을 재편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지프 제조사) 등 미국 자동차 '빅3'도 중국 배터리 소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다만, 이들 3사는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우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업체인 현대기아차 그룹도 비상이 걸렸다. 세액 공제 대상이 북미에서 생산된 차량에만 적용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현재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현대차는 오는 11월부터 GV70 전동화 모델을, 기아는 내년 하반기부터 SUV EV9 등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시기가 늦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투자를 결정한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반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해당 법안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배터리 3사는 GM·포드·스텔란티스 등 완성차업체와의 합작법인과 미국에서 단독 공장을 건설했거나 이미 가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