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엔비디아와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업체가 중국과 같은 적대 국가 대상 수출통제를 우회할 목적으로 수정 설계한 칩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몬도 장관의 발언은 미 정부가 최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데 대해 기업들이 규정에 맞는 수정 버전의 제품을 재설계해 다시 수출에 나서자 정부가 수정 버전 제품에 새 규제를 가하는 등 미 정부와 기업 간 이른바 '두더지게임' 양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지난 2일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국방포럼(RNDF)에 참석해 "중국이 이 같은 칩을 손에 넣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다. 단언컨대, 우리의 최첨단 기술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 자리에 참석한 칩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매출 감소를 이유로 이런 언급에 짜증이 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인 이익보다 국가안보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를 구현하는 칩의 특정 부분을 재설계하면 바로 다음 날 통제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미국 상무부장관.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우리는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으며, 정부의 명확한 지침에 따라 전 세계 고객들에게 규정에 준수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으나 상무부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최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광범위한 수출통제 방안을 발표했으며 지난 10월 추가 통제 조치를 통해 규제범위를 확대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여름부터 중국 시장에서 수출규제 대상인 AI 반도체 A100과 H100의 수정 버전인 A800과 H800을 판매해왔으나 미 정부는 지난 10월 L40S와 함께 이들 칩을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했다.

미 행정부는 AI칩에 대한 수출통제 대상을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국 국가들로 확대했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발표 자리에서 최근 분기(2024년 회계연도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 145억 달러(약 19조 원)의 20∼25%가 수출통제가 적용되는 국가에서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몇 달 내 수출규제를 위반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분기에는 이들 지역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지역의 강력한 성장으로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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