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경직성 우려..."기업, 최악 시나리오 대비해야"
연준 양적긴축도 경계...자제하던 유럽 소매금융 확대 추진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75%포인트까지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누그러질 줄 모른다는 이유를 들며, 기업들은 그러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만 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2005년 JP모건 CEO에 올라 '월가의 황제'로도 불리는 다이먼은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에서 열린 자사 행사 참석 중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5.50% 범위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몇 시간 후 마련됐다.
다이먼 CEO는 이 자리에서 "그들(연준)이 여기서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들이 아직 종료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추측도 해본다(suspect)"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향후 금리 인상을 한다면 그 폭과 관련해 "아마도 추가로 0.25, 0.50에서 0.75(%포인트)까지"라고 말했다.
다이먼은 2021년부터 줄곧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금리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다이먼은 이날 연준의 금리 동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사람들 생각보다 조금 더 경직될 가능성이 있고, 지난 수년의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률도 매우 낮다며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달 자사 실적 발표 당시에는 "지금은 세계가 수십 년 만에 보는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외국 정부들이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는 가운데 시장에 채권 공급을 늘리는 연준의 양적 긴축(QT)의 영향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이미 높은 수준에 있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느 시점에서, 이는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대규모 예금 유입에 따른 은행권의 리스크에 대비하면서, 경쟁사 일부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결국 JP모건은 지난해부터 이뤄진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일부 은행이 보유 채권 가치의 폭락으로 위험에 빠지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오히려 위기에 빠진 지역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지난 5월 인수했고, 인수된 은행은 3분기에 132억 달러(약 18조원)의 수익을 JP모건에 안겨줬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한 수치며 월가 추정치도 뛰어넘었다.
그는 또 이날 인터뷰에서 수십 년의 저금리 이후 시장이 소위 "장기 인플레이션 효과"에 따른 대규모 재정적자, 새 프로그램들에 대한 지출, 사회안전망에 의존하는 고령화 등에 휘말려 '상전벽해'(sea change)와 같은 큰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래에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킬 만한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이먼 CEO는 얼마 전만 해도 유럽 소매 금융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말해왔으나 이를 바꿔 유럽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은 JP모건이 2년 이내에 유럽 여러 나라에서 디지털 전용 소비자 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으며, 2년 된 영국 내 사업을 확장하고 다른 유럽 국가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내부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국제 소매 금융에 투자하고 있지만, 씨티그룹과 HSBC와 같은 다른 대형 은행은 축소하고 있다.
WSJ은 다이먼 CEO가 마음을 바꾼 데는 새로운 시장 진출 비용을 줄여주는 디지털 뱅킹의 확산이 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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